성 안 마을 - 수원 화성 안 동네를 담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수원 화성 안 동네를 담다 ‘성 안 마을’

사진마음터 동네사진아카이브팀 10인의 사진가들이 2년동안 기록한 아카이브 사진집.

행궁동 안 마을을 기록한 장안동, 북수동, 매향동, 남수동, 팔달로 1, 2가, 남창동, 신풍동.



성 안 마을, 일곱 번의 계절을 담다



박김형준/ 사진마음터 대표, 사진가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으로 이주한 후 자연스레 바로 옆 동네인 행궁동을 담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행궁동.네>라는 개인전도 열게 되었다. 그 당시 해당 작업노트는 이렇게 작성했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안에도 동네는 존재한다. 동네 안에는 길이 있고, 사람이 있고, 공동체가 있 다. 매번 보는 골목풍경이지만, 동네는 매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골목 안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우연한 기회에 나의 바람은 이뤄졌고,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그 이후 2017년에 위와 같은 바램을 가지고 사진마음터 <동네프로젝트팀>을 구성하게 되었다. 행궁동을 첫 시작으로 수원 주변 동네를 담기 시작했고 점차 다른 마을들까지 사진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기회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4~5년의 시간을 지나며 2021년 7월 행궁동으로 돌아와 2022년 12월까지 일곱 번의 계절을 담게 되었다.

그렇게 담은 사진들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번에는 이전의 동네프로젝트 사진집과는 같은 듯 다른 구성을 해 보았다. 1부는 사진집 <성 밖 마을>에 이어 행궁동 안 법정동 하나하나를 담았는데 수원 화성 성 밖으로, 팔달로3가, 구천동, 중동, 영동이라는 4개의 법정동은 성 안쪽 마을에 주목하기 위해 이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2부는 ‘10인의 10가지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열 명의 사진가들이 주제, 소재를 정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은 포트폴리오들이다. 이전 사진집에 비해 1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 늘었는데 행궁동 성 안 마을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과 무엇보다 10명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행궁동을 만나게 되는 긍정적인 장점을 가진 사진집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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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꿈과 사랑이 담긴 성 안 마을



양혜영 / 작가, 사진마음터 동네사진아카이브 참여 사진가



수원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과 행궁이다. 그리고 사진 속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수원이라는 도시를 처음 만들어낸 정조임금과 설계자였던 정약용도 떠오르게 된다. 현재 수원은 119만 여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고층아파트가 숲을 이룰 정도로 발전했지만 그 시작은 정조 임금의 효심과 살기 좋은 신도시를 꿈꾸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정조는 재위기간 동안 총 60여 차례가 넘게 수원을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부모님의 능을 자주 찾기 위해 화성 행궁을 만들었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성을 쌓아 농업과 상업, 축산업까지 두루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그리고 노후를 수원에서 보내고 싶어했다. 끝끝내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정조의 수원 사랑은

아직도 수원 곳곳에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역사와 문화 속에 자리잡은 성 안 마을의 풍경을 담고 싶었다. 고층 아파트들과 신도시 등장에도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 그 곳을 찾는 사람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더불어 복고와 젊음이 만나는 골목,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소박하고 잔잔한, 때론 고달픈 삶의 흔적까지 사진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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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하는 집들의 시간이 오래 깃들기를



노영란/ 작가, 행궁동 주민



(생략)



골목 안으로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할 때였다. 날이 갈수록 카페와 식당의 수가 늘었다. 동네를 찾

오는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우리 집을 사이에 두고 카페와 액세서리 가게가 생겼고, 건너편 골목 안쪽에도 뒷골목 안쪽에도 카페가 들어섰다. 우리 집은 1년 사이에 낯선 공간들에 포위당했다. 이웃집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떠났고, 조선족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면 낯선 관광객들과 눈이 마주쳤다. 민망함은 우리 몫이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온 차들이 뒤엉켜 주말은 북새통이었다. 사는 게 점점 불편해졌다. 이때부터 우린 이사를 생각했다. 그렇다고 행궁동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래된 성, 골목, 낮은 지붕들, 시장, 다정한 이웃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것을 매일 배우고 느끼는 곳, 손가락 열 개가 모자랄 정도로, 성 안 마을 행궁동의 매력은 차고 넘쳤다.

2020년 가을부터 새로운 집을 찾아, 성 안 12개 마을 구석구석을 다녔다. 행궁동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골목 곳곳에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골목이 바뀌고 있어’ 동네 사람들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행궁동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2013년 9월 한 달 동안 차 없이 생활하는 생태교통프로젝트가 진행된 신풍, 장안동에서 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소위 ‘행리단길’로 불리는 동네다.

2016년 행궁동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동네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통계수치를 찾아봤다. 신풍, 장안동 지역의 경우 2012년 주거 72%, 비주거 상업공간 28%에서 2021년 주거 58%, 비주거 상업공간 42%로 바뀌었다. 비주거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행궁동의 주민 수도 2010년 14,669명에서 2021년 11,316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이성인, 서울대환경대학원 석사논문 참고) 놀라운 것은 이런 변화가 최근 5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사라지고, 새로 들어서기를 되풀이하면서 행궁동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 겨울까지 행궁동을 기록한 사진 작업은 그래서 소중하다. 기록의 시점이 변화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때부터여서 더 의미 있다. 사진 중에는 지금은 사라져 추억이 되어 버린 풍경들이 있다. 동네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만 남겨진 공간, 이웃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하면서 마음 한 켠이 뭉클해졌다.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서늘한 마음으로 골목의 단면을 담은 사진들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애정하는 행궁동의 매력을 같이 봐주고 담아줘서 반가웠다. 골목의 그늘-골목에는 그늘이 많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골목길로 다닌다, 햇볕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는 바지런한 손길, 행궁동의 패션, 길 위의 다양한 생명, 오래된 시간의 흔적 등 행궁동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설렘과 재미, 그리고 위로가 사진집 안에 담겨있다.

다행히 우리는 행궁동을 떠나지 않았다. 골목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그래서 마음이 놓이는 새말 언덕 골목에 다시 살림을 부렸다. 자동차 소리 대신 새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골목이다. 가끔 낮은지붕 위로 아침부터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곤 한다. 신풍, 장안동 아랫동네에서 들리는 아득한 소리다. 어제 아침에도 탕탕탕,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서 키운 상추를 비닐봉지에 담아 집집 대문마다 걸어두던 정 깊은 이웃이 떠난 집의 벽 한 벽면이 허물어지는 소리였다. 구부러진 골목길, 울퉁불퉁한 담장, 삐뚤빼뚤한 손글씨, 손때묻은 반질반질한 살림살이들, 꽃이며 채소를 가꾸는 바지런한 손길, 서로를 챙기는 마음, 시간이 무르익어서 빛나는 것들이 흔들린다. 행궁동은 오늘도 공사 중이다. 살림하는 집들이 빚어내는 시간이 오래 깃들기를 바라며, 일곱 번의 계절을 거닐며 성 안 마을을 기록한 사진작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